2023 회고 및 2024 미션 빙고
0) 나는 왜 연간 회고를 작성하고 있을까
거의 처음으로 각잡고 연간 회고를 써본다. 근데 내가 이 연간 회고를 작성하는 이유는 뭘까?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건 뭘까 고민해봤다. 나에게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원하는 모습(꿈) 에 가까워져 가도록 방향 설정
- 즐거운 이벤트 ㅎ
꿈의 방향 설정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모습은 다음과 같다.
- “기술로 세상이 조금이나마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지는데 일조한다”
- “시간과 공간, 언어에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할 때 원하는 곳에서 산다”
- “건강하고 멋있고 따르고 싶은, 내면이 단단하고 다정한 사람” (추구미 김혜수,,ㅎ)
10년, 20년 뒤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내가 이 세 가지 꿈을 어떻게 해야 이룰 수 있을지 최대한 실감나게 상상하며 연간으로 큰 그림을 그린다.
올 해는 기술자로서는 “일단 약속의 3년을 한 번 버텨보자”가 목표였고, 인간으로서는 “운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실천해보자”가 목표였다.
새해에는 작은 프로그램이라도 사이드로 만들어보려 한다. 이왕이면 나와 주변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쓸 만한 것들로! (이것도 어쨌든 세상이니까 ㅎ)
그리고 개발자로 5년 정도 일했을때 해외에서 일하는 것을 도전해보고 싶어서 내년부터는 영어공부를 시작할 것 같다.
즐거운 이벤트
마치 크리스마스같다. 한 이 삼년 전만해도 나는 ‘크리스마스라고 뭐 있나, 그냥 똑같은 날 중에 하나지.’ 라고 생각했다. 맞다. 근데 요즘에는 그 평범한 날에 괜히 의미부여하는게 내 삶을 더 생동감있게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말 회고도 그렇다. 뭐 12월 30일이나 1월 1일이나 그 날이 그 날이지만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한 해를 되돌아보면 결국 ‘그래, 나름 치열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다. 장하네’ 하고 나를 좀 보듬어주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1) 2023 목표 달성 확인
2023년 2월에 새해의 다짐을 다시 되돌아보는 글을 작성했었다. 이 때 2023년 키워드로는 성숙
을 잡고 할 일로 글쓰기
와 운동
을 다짐했다.
글쓰기
- 직전 해에 비해서 좀 더 내용을 많이 담은 포스팅을 작성했다.
- 글또와 CS 스터디 덕분에 (보증금이 걸려서,,ㅎ) 반강제적으로라도 2주에 한 번씩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다.
- 무엇보다 공부한 내용을 체화하고 내 생각을 담아서 글을 쓰려는 노력을 하다보니 저절로 공부한 내용들이 장기 기억으로 넘어가는 듯 하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12월달 포스팅 중 하나가 예상치를 뛰어넘는 조회수를 기록해서 놀랐다.
운동
- 올해 PT를 세 곳에서 총 50회 받았다. 다행히 헬스가 적성에 맞았다. 특히 운동을 할수록 들 수 있는 중량이 올라가는게 눈에 보이니까 엄청 재밌었다. 그 덕분에 개발자로 일하면서 얻은 살 중 7~8키로 정도를 감량했다.
- PT 40회차 쯤에 갑자기 날개뼈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목이 문제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자목의 증상이 갑자기 통증으로 오다니,,) 그래서 7월부터는 병원을 다니면서 거의 목디스크 재활 운동으로 진행했다.
2) 분류별 회고
요즘 김익한 교수님의 파서블 책을 읽고 있는데, 거기서 나온 삶의 영역 5가지 분류를 차용했다.
일
퇴사를 했다
2년간 다닌 회사를 11월 말까지 하고 그만 두었다.
퇴사한 이유는 이전에 포스팅을 하긴 했지만 핵심만 말하자면 “1년 뒤를 상상했을때 지금과 별다른 발전이 없어 보여서” 였다.
요즘같이 채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있는 시기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환승 이직을 하는 것이 더 나았겠지만, 개발자로 일한 지 꽉채운 3년이 된 지금 이 타이밍에 한 번은 브레이크를 걸고 나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직처를 구하지 않은 채 바로 퇴사를 했다.
에프랩 멘토링 시작
퇴사하고 나에게 주어진 이 광활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 결과 금액적으로 절대 저렴하지 않지만, 잘하면 평생에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는 멘토를 만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에프랩을 신청했다. (안녕, 나의 퇴직금~👋)
처음엔 신청만 하면 나에게 맞춰서 알아서 다 진행되겠지~ 하는 나이브한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한 달이 된 지금,, 이거 뽕 뽑기 위해선(?!) 무조건 내가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건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토비의 스프링을 열심히 읽으면서 나름대로 정리 중이고, 곧 프로젝트도 들어갈 예정이다. 일할 때 늘 ‘일 말고 공부만 실컷 하고싶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하니까 아직은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참 내~ 결국은 취업 잘 하려고 멘토링 하는건데 이래서야 어떡하나~~
성장
혼자보다 함께하기
회사에서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을 꼽자면 역시 좋은 동료들이 아닐까 싶다.
다들 연차도 2~3년차 되는 비슷한 주니어이고, 열정도 많고 기술에 대한 욕심도 많은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이야기 하다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올해에는 대여섯명 모여서 함께 김영한님 강의를 들으며 스프링 스터디도 하고, 알고리즘 스터디와 일요일에는 각자 집에 가까운 장소로 돌아가며 모각코도 함께 했다.
소소하게 기상 인증하는 미라클모닝 카톡방도 만들어서 갓생의 기운을 서로 나눠주기도,,
나는 사실 뭐든 혼자 하는게 더 좋고 편하다. 남들과 같이 하면 나의 못난 모습을 보여줄지도 모르니까. 근데 돌이켜보니 못난 모습을 보여줄 때의 그 수치심이 사실 나에게 나쁜게 아니었다.
그걸 느껴야 내가 더 열심히 하고, 또 서로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자극받고. 이런 좋은 시너지가 형성되는 것을 너무나 느꼈고 감사했다. ‘함께 가야 오래 간다’ 는 말이 진짜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취미
뜨개
일과 관련되지 않은 것중에 물리적인 아웃풋이 존재하는 취미를 하나 갖고 싶었다. 그래서 올 해 갑자기 취미로 뜨개를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심심함을 없애보려 한건데 수세미부터 뜨기 시작하면서 가방도 뜨고 하다보니 이게 선물하기에 너무 좋은 것이다..!! 하도 만들면 선물해가지고 올해 뜬 편물은 가장 최근에 뜬 이 바라클라바밖에 없다..ㅎ
뭐.. 한 번 바늘 잡으면 세 네시간을 훌쩍 지나가고, 목이 너무너무 아프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 외에 마음 둘 곳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에 애착이 많이 간다. 내년에는 옷을 목표로 한 번 떠보고 싶다.
가족
가까울수록 더 챙기자
나는 언니와는 아홉살 터울이 있는 막둥이 딸이지만 애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한 막내딸이다. 하도 연락도 잘 안하고, 고양이 때문에 대전집에도 잘 안내려가니 아빠가 이제는 “딸내미가 먼저 전화 걸면 스벅 기프티콘 쏜다” 는 제안을 주셨다. 가족간에 전화하는게 당연한 일인데 커피를 쏠 정도로 내가 전화를 안했다니.. 충격적이지만,, 효과는 있었다.. ㅎ 뭐.. 또 다 큰 딸내미한테 이렇게라도 용돈 주면서 기분도 내시면 서로서로 좋지~~ 라고 혼자 생각한다. ㅎ
애정 표현에 너무 서툰 사람이지만 그래도 가족한테는 부끄러워도 참고 사랑한다고 더 자주 표현하고 더 예의를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관계
나도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다
개인적으로 2023년의 가장 큰 발견이다. 바로 나의 ‘성격’ 에 대해서 다시 알게된 것이다.
나는 스스로 굉장히 소심하고 화를 잘 못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일적으로 답답한 상황에 놓일 때 나의 분노 트리거가 눌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성이 올라가도 나는 답답함을 토로했을 뿐, 상대방에게 화를 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주변에서 화났냐고 물어보는 걸 보니,,
이건 정말 남들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지금도 몰랐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말할때 톤을 좀 신경써야겠다)
그리고 퇴사 직전, 신입 두 분에게 인수인계를 해드리면서 새로운 모습을 또 발견했다.
지금까지는 모든 프로젝트를 다 같은 연차의 동료들과 진행했어서 누군가에게 나의 일을 직접 가르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막연히 신입분과 함께 일하게 된다면 내가 다 떠먹여드려야지~ 하고 상상했었다.
근데 막상 신입 분들을 받게 되니 ‘내가 없어도 이분들 스스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모드가 자동으로 되어 버렸다(!!). 신입 분들에게 어떤 것을 알려 드려야 장기적으로 이분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엄청 고민한 것 같다.
프로젝트 설치를 예로 들자면
- 문서 하나만 보면 일을 완료할 수 있도록 작성해놓고
- 옆에서 함께 봐드리면서 설치를 진행한다.
- 함께 설치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면 바로 지우고 스스로 문서 보면서 설치하도록 한다.
안타깝게도 이 분들과는 이틀정도만 겹치고 퇴사를 하게되어 나의 방법에 대한 피드백을 듣지 못했지만,,, 최소한 어떻게 해야 신입 분들에게 효과적으로 뭔가를 알려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3) 2024 계획
2024년 키워드
매 해 키워드를 정하는데 이번 2024년의 키워드는 minus
로 정해봤다.
요즘 들어서는 뭐가를 계속 더 하려고 하는 것보단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고 모두 없애는 것이 훨씬 삶에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또 해야만 하는 것도 많은 세상인데 정작 내가 가진 리소스는 너무나 한정되어 있다. 이럴수록 뭔가를 포기하는 아쉬움을 삼키면서 정말로 무엇이 내게 중요한지 늘 핵심을 파악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2024년의 목표이다.
2024 미션 빙고판
그래서 하고 싶은 일들을 추리고 추려서 9개만 뽑아봤다.
2024년 연말 회고때 올 빙고가 나오길 소망하면서 재미로 빙고판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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